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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확산
통근 시간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교통이 발달하며 통근 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통근 시간"이 먼저 있고, 그에 따라 도시가 형성된다는 것(Marchetti's Constant). 즉, 도시가 선행하고 사람이 그 안에서 살 곳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어지는 곳(이동 시간이 감당 가능한 곳)에 도시가 싹트는 것이다. 그래서 교통수단이 발달해도 통근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반대로, 같은 통근 시간에 더 멀리 갈 수 있는 그 곳까지 생활권이 확장한다. 신기하지?
경제도 비슷하지 않을까? 경제가 선행하고 사람이 직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집중력, 책임감, 협동력, 자신감, 체력 등으로 할 일이 정의되고, 그 결과로 경제가 구성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기술이 발전되어 인간이 놀고먹는 사회는 오지 않는다. 기술은 자유의지를 확장해, 이전에는 어려웠던 일들이 새로운 할 일로 편입되기 때문에, 기술 발전과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는 딱히 무관해진다.
그런 불행 중 다행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은 실직하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인간을 놀랍도록 새로운 목표를 만들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새로운 욕망을 발명한다. 그것이 자유의지의 가소성이 세상을 확장해온 방식이다. 우리의 능력이 좋아지면, 우리는 그만큼 할 일을 늘려, 우리의 세상을 확장해왔다.
그래서 기술 가속은 구세계의 포화를 부르는 종말적 장치가 아닌 신세계를 개척하는 인지적 교통수단이다. 인력 부족과 고비용의 핑계를 기술 가속이 파훼할 것이다. 도시가 1시간 통근권의 범위에 맞춰 자라났듯, 경제도 인간이 매일 할 수 있는 일의 양에 따라 새로운 영역들로 확장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기술 폭발의 꼭두각시인가? 기술 가속은 확장의 동력을 제공할 뿐 방향은 정하지 않는다. 도시 확장이 모두에게 좋은 도시를 보장하지 않듯, 기술 발전도 모두에게 좋은 경제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기술 전환기에 사회 신뢰를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도시는 슬럼이 될 수도 낙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슬럼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낙원의 가능성마저 버리자는 이야기는 얼마나 공허한가. 기술이 새로 확장되는 세계를 열어젖혔을 때, 우리는 그 세계에서 어떤 도시를 짓고 어떤 경제를 설계할 것인가?
기술낙관론자 조성현의 조잡생각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