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고가 노동부터 점령한다
2021-08-11에 작성한 에세이이다.
고가 노동이란?
대표적으로:
- 의료인 🧑🏻⚕
- 법률가 🧑🏻⚖
고가 노동은 왜 고가 💰 노동인가?
노동 가치가 고가인 경우 경제학적으로 수요가 매우 많은데 공급을 키울 수 없는 경우가 해당한다. 의료와 법률 모두 정기적으로 수요자가 발생한다 (다치는 사람 혹은 법률 분쟁이 난 사람) 살면서 두 서비스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즉, 평생 절대 수요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발생한다.
하지만 수요가 꾸준한 것에 비해 공급은 매우 부진하다. 이유는:
- 공급 속도와 양이 모두 낮다. 이유는:
- 실력 있는 의료인, 법률가들 을 양성하려면 아주 오랜 기간 학습해야 한다.
- 실력 있는 의료인, 법률가들을 양성할 기관이 많지 않다.
- 그럼에도 공급을 맘대로 키울 수 없다. 이유는:
- 공급을 위한 2차 원천이 부족하다. (의대 10년의 공부를 온전하게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다.)
- 공급을 무작정 늘릴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 (실력 낮은 의사가 양성될 수 있다.)
- 그렇게 생성된 공급자도 서비스 공급 속도가 무척 느리다. 예시로:
- 의사 한 명이 하루에 몇 명이나 진료를 볼 수 있는가?
- 공장형 의사에 대한 비판. 컨테이너 벨트와 같이 환자가 진료된다.
- 법률 소송 하나가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되는가?
- 의사 한 명이 하루에 몇 명이나 진료를 볼 수 있는가?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극심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노동 단가가 매우 높다.
그렇다면 왜 인공지능이 2가지 고가 노동을 잘 할 수 있는가?
2가지 측면이 있다. ① 경제적 효율 ② 성능.
경제적 효율
우선 인공지능은 제작비가 매우 비싸다. 이유는:
- 고수준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의 품질이 매우 좋아야 한다.
- 데이터의 품질을 위해선 정형화된 패턴적 데이터를 아주 많이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제작의 난이도는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어렵다. 과장을 살짝 보태어 청소 인공지능과 의료 수술 인공지능은 제작의 난이도가 비슷하다.
- 완벽한 청소 인공지능 제작을 위해선...
- 방의 오염도를 판단하려면 수백만 장의 방 사진과 오염도가 매칭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 각각의 오염 종류와 그에 맞는 해결책을 담은 데이터셋 수백만개가 필요하다.
- 물 흘린 자국이다 → 행주로 닦자
- 포장지를 뜯은 쓰레기다 →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리자
- 먼지 덩어리다 → 진공청소기로 치우자
- 각각의 해결책을 높은 성취율로 달성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 행주로 잘 닦기 위한 수백만가지 동작 분석 및 훈련
- 쓰레기를 아주 잘 담아서 버리는 수백만가지 동작 분석 및 훈련
- 진공청소기를 아주 잘 활용하는 훈련
결과적으로 청소 인공지능에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즉 어차피 인공지능을 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면 아주 소수의 시행만으로도 충분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범용성 있는 분야로 시작해야 한다. 이 정도의 고수준 경제적 회수율을 보여주려면 고가 노동을 위한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것이 적합하다.
성능
반면 인공지능은 한 번 공부하면 공부한 것을 까먹을 일도 없고 보급 또한 매우 쉽다.
- 의료 지식을 아예 까먹지 않는 의사. 모든 판례를 완벽하게 기억하는 법률가.
-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의료인과 법률인을 수천 명 복제하여 한 번에 수천 명 업무를 볼 수 있는 것.
- 그러면서도 새로 알게된 사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즉각 업데이트되는 것
- 환자의 모든 기록을 기억하며 업무 사고(의료사고 등)의 위험성을 미리 탐지하는 것
- 언제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내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
업계 저항성
최근 일어난 타다 전쟁은 택시연합 대 테크기업의 양상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택시연합이 승리했지만, 승리 아닌 승리를 거두고 말았다. 타다가 멸망한 탓에 그 옆의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을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의료인과 법률가 또한 신기술 저항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또한 사회 권력층이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 (뉴스 헤드라인)
- 의료 인공지능이 수술 맡은 환자가 죽었다! 불완전한 인공지능에 목숨을 맡길 수 있는가?
- 의료 사고의 맥락과 관계 없이 인공지능 불신과 거부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
- 공정한 척 하는 법률 인공지능? 알고보니 재벌 편파적! 위선적인 테크 기업 이대로 둘 것인가?
- 통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판례의 편향성은 나타날 수 있다. 악의적으로 통계를 잡아 특정 기득권에게 편파적으로 동작된다는 프레임을 씌우면, 맥락과 관계 없이 인공지능 불신과 거부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
원숭이와 꽃신
처음에는 의료인, 법률인을 도와주는 플랫폼 시스템으로 시작한다.
- 환자가 오면 진료가 시작되기도 전에 환자에 대한 정보가 취합된다. 진료가 시작 되면 환자의 이야기가 자동으로 구문 분석되어 인공지능이 키워드를 추출한다. 의료인은 이를 검증한다. 화면 한쪽에는 유사 사례와 추천 진료/처방이 나타난다. 의사는 추천된 진료 중 적당한 것을 고르고 그대로 진료를 진행한다. 혹은 의사가 새로운 진료법을 추가할 수 있다. 이 모든 정보는 서버에 기록되어 빅데이터 트레이닝으로 활용된다.
- 법률의 경우 사례 분석기로 활용한다. 처음에는 DoNotPay처럼 아주 국지적인 법률 케이스 (예: 교통 딱지 위반)로 시작한다. 하지만 점차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건량을 늘린 뒤, 법률가들이 "구글 검색"처럼 유사 사례들을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기죄 사건이 들어온다면 변호사는 사건의 디테일을 입력한다. 이전 판례들이 수십건 나오면서 인공지능이 사건의 유사점/차이점을 알아서 분석해준다.
- 마치, 의료 법률계의 GitHub Copilot (2021년에 출시되어 이미 보급된 인공지능 코드 작성기.)
이렇게 "꽃신"을 제공해주고 의료인과 법률인들에게 아주 필수적이며 유용한 도구를 제공해준다. 즉, 의료인과 법률인을 우리의 1차 고객으로 만들어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의료계, 법률계처럼 강권한 시장에 침입할 때는 전면전을 벌이면 안된다. 협력적 관계를 우선 구축한 뒤, 그들을 무력화한 다음 전면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