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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 애플페이

10년의 기다림 끝에 애플페이가 들어온다. 2023년 2월 3일자 금융위원회에서 애플페이 도입을 승인했다. 한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애플페이가 지원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다. 2015년부터 시작된 물밑 작업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처음에는

카드사. 한국은 원래 신용카드 사용률이 굉장히 높았다. 신용카드 소비를 촉진시킬 필요가 없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고. EMV 수수료를 지불해가며 NFC 기반 EMV를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최소한의 '호환'만 남겨두고 EMV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카드사들은 크게 2가지 결정을 내린다. 하나는 독자적인 NFC 규격을 개발하는 것, 다른 하나는 IC 칩을 이용한 결제에 집중하는 것. 첫 번째 전략이 결국 실패한 "저스터치"이다 (이때 저스터치가 성공했다면 일본의 스이카와 같이 예외적인 NFC 규격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카드 단말기 교체 사업에서 NFC가 비활성화된 IC 카드 결제 기기가 보급된다. 이미 단말기마저 NFC가 안 되는 마당에 EMV 수수료와 애플페이 수수료까지 내가면서 애플페이를 들여올 이유는 더욱 없어졌다.

소비자. 한국 소비자들 또한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삼성이 존재하는 탓에 정부와의 서비스 연계는 아이폰에서 항상 두 발자국 느린 경우가 많았고, 삼성이 자국 시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불편함을 반영해줄 때 애플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한국금융애플 기기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한몫 했다.

애플. 애플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한국은 가성비 떨어지는 시장이다. 일본처럼 충성심이 높은 것도 아니고, 중국처럼 잠재적 구매자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삼성은 애플의 칩을 수주하며 갤럭시를 이용해 아이폰을 견제했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또다른 경쟁자(였던) LG 또한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아이폰을 경쟁했다. 애플코리아도 2015년까지는 일부 세일즈 팀만 존재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정태영과 현대카드. 그가 현대카드의 대표를 맡을 때만 해도 현대카드는 업계 만년 꼴찌였다. 그는 문화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수많은 스타의 방한을 추진한다. 정태영 본인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현대카드에게 압도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감각 있는 디자인의 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리기 시작했고, 현대카드는 고리타분한 한국 카드사 사이 혁명적 이미지를 가진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또 다른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애플과 언더독. 애플은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항상 언더독과 손을 잡는다. 휴대폰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 현 AT&T에 해당하는 cingular과 함께 출시했다. 2등 업체는 애플에서 구현하고픈 기능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반영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보이는 음성 사서함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애플 입장에서는 현대카드는 완벽한 언더독이다. 문화 사업으로 젊은 층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정태영 본인 또한 애플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나다. 둘은 최고의 케미였다.

필살기. 몇 년간 지지부진한 협상에 활력을 넣기 위해 2022년 초 현대카드가 단말기 교체 비용의 절반을 지불하겠다는 필살기를 띄운다. 현대카드 측에서 애플의 요구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는 결정적 딜 덕분에 현대카드는 애플과 1년 독점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위원회에서는 현대카드의 독점적 사용을 전제로 하는 단말 교체비 지원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현대카드 측에서 독점적 사용마저 포기하고 약관을 재정비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렇게 현대카드와 함께 한국애플페이가 3월부터 들어온다.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몇 가지 시사점이 있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은행계에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Finally, Apple Pay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