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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물

나는 미국인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미국물 먹은 한국인으로 남고 싶은가? 한 개인의 발전과 여정을 과격히 단순화하여 일직선 상으로 나타낸다하면, 미국인이 된다는 것은 미국물 먹은 한국인 그 이후의 단계인가? 즉, 정체성을 완전히 뛰어넘어 미국의 환경에 동화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분투하여 고작 laid-back 미국인들과 이제서야 같은 출발점에 선 것인가? 미국은 더이상 꿈의 나라가 아니다.

미국에 유학을 와서 완전하게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려면 그들처럼 입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한국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미국에서 한국의 미디어를 소비하고 한국인처럼 입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가끔은 완벽하게 기회주의적이지 못해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완전히 버리고 미국인으로 동화되는 사람들도, 한국인으로의 정체성만을 온전히 소비하여 미국까지 와서 한인회만 전전하는 사람들도, 난 둘 모두 알 수 없는 환멸감이 들지만, 그중에서도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이도저도 아닌채로 있는 내 자신이 가장 헷갈린다.

정체성에 혼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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