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사 (20誠鉉)
때는 바야흐로 2020년 1월 24일이었다. 나는 민사고를 졸업하고, 여기저기 떠돌다 집에 온지 한 1-2주 정도 지났었나?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다.
우리 집에 이사 오며 2010년쯤 인테리어할 때 부모님은 일부러 내 방에 인터넷이 안 되게 하셨었다. 공부하는 학생들 공신폰 쓰게 하는 그런 심리였을까. 어쨌든 우리 집의 유일한 와이파이/인터넷은 제일 안방에서만 터졌고, 내 방은 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방이었다. 벽 두어개는 가뿐히 넘어야하는 내 방에서는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새벽에 몰폰하러 안방에 가까이 서서 서있다가 부모님에게 걸렸었을 정도. 하여튼 내 방은 인터넷 음영 지대였다.
민사고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갈 때까지 반년 가까이 집에 있어야 했는데, 인터넷이 안 되는 방에서 산다는 것은 개발자로써 전혀 말이 되지 않았다! 또 나는 앰비언트 컴퓨팅을 중시하는 사람인데, 스마트 홈이나 라즈베리파이, 컴퓨터 등이 열심히 일을 하면서 오케스트레이트되려면 LTE나 셀룰러에 의지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iCloud 백업이나 프로세싱, 자동 업데이트 등은 모바일 데이터로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왼쪽과 오른쪽에 집 입구가 있는 그런 전형적인 아파트였는데, 내가 건물을 지어도 가운데 인터넷 배선을 깔고 나뭇가지처럼 양쪽 집으로 통하게 설계하지, 양쪽에서 2개의 배선을 깔지는 않을 것이었다.
즉, 어떤 구조로든 대문에 가까운 내 방 근처에 인터넷 배선 "상류"가 있는 것이고, 안방 와이파이까지 배선이 이어지는 구조였을 것이다.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내 방 근처 벽 안 어딘가에 인터넷 선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을 했고, 인터넷에서 건물 도면 같은 것을 찾아보고 전화선과 TV선 포트가 있는 곳들을 하나하나 분해해보며 건드려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의 포트를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간이 잠망경을 만들어 뒤져봤다. 그때!
바로 위와 같은 도선을 찾았다. 거의 하루종일 집안을 뜯어보며 찾은 유레카 모멘트였다. 또 인터넷 선들이 절연테이프로 묶여 있었는데, 나는 이것이 인테리어 중 내 방에서 인터넷 포트를 없애버린 흔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인터넷선을 다시 끊고(!) 전선 형태로 만들어 내 방에 Relay Wi-Fi 하나를 두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그 순간 나는 다이소에 가서 랜선 하나와 그럭저럭 괜찮은 와이파이 기계를 샀다. 그 다음 내가 발견한 인터넷 선을 잘라버리고(!) 내가 사온 랜선도 잘라서(!) 둘의 구리선을 하나 하나 이어붙였다. 마지막에 절연 테이프로 감아서 안정적으로 연결되게 만든 다음, 와이파이 기계에 연결해서 내 방에 신호를 하나 쏘게 만들고, 안방으로도 신호를 Relay해서 보내줄 수 있게 연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툭 하나 잘못되면 우리 집 전체 인터넷이 고장나고, 업자를 불러서 벽을 뜯어서 배선 공사를 다시 해야하는 순간이었는데, 어쨌든 무슨 배짱인지 과감히 해버렸고 성공적으로 인터넷이 됐다.
인물 서적을 읽어보면 항상 첫 장에 "~누구누구는 어릴 적 TV를 뜯고 재조립해서 작동했다..." "~누구누구는 자동차를 분해하고 뜯어보며 학습했다..."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 나도 비슷한 일화가 생긴 것 같아서 재밌었다. 완전 어릴 적에 한 일은 아니지만, 어릴 적에 한 것보다는 스케일과 리스크가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뭐 쌤쌤으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