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중학교 3학년들에게
2016-12-08에 게재된 재학생일기이다.
오늘은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는 중학교 3학년들의 남은 중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이 지나 이제 중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이 약간은 어색하고 어쩌면 힘든 감정이 드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저는 그 시기에 특히 회의감이 들고 감정적으로 약해졌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고 그냥 잉여롭게 보낸 것 같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학교 가서 앉아있고, 다시 집에 와서 고등학교 입학 준비한다고 앉아 있고, 그렇게 똑 같은 생활을 반복한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의 끝 무렵이라고 할 수 있는 1월에 저는 가장 느슨해졌었는데, 마지막 2주 정도는 민사고 입학 준비하겠다고 과제로 나온 책 읽고, 한자 공부를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 돌아보니까 그 시간을 앞으로의 것을 준비하기보다는 지나간 것을 정리하면서 좀 더 의미 있게 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 제가 추천하는 추억 간직하기 소개할게요. 그러나 이제 제가 하는 말들은 이러한 아쉬움에서 제 경험에 비추어 하는 말이니 너무 현혹되어 낭만에 빠지진 말아주세요.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하니까요.
우선, 다시 못 볼 중학교 친구들과 추억을 쌓아보세요. 그 해 크리스마스쯤 친구들과 도보 여행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먼 곳이 아닌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정도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저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도 연락만 하면 금방 친구들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서로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더군요. 기껏해야 방학 때 하루 만나는 정도였습니다. 여느 고등학교나 마찬가지겠죠. 여러분은 헤어지기 전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재미있는 기억도 쌓길 바라요.
두 번째로, 사진을 많이 남겨두는 것도 시간을 간직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진기를 그 순간의 감촉을 기록하는 기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사진이나 상관 없어요. 친구, 자기 자신, 학교, 교탁, 책상, 칠판의 모습부터 운동하는 모습, 학교 눈밭의 모습. 다 좋습니다. 하물며 뜬금없는 사진도 좋아요. 인화해도 좋고, 컴퓨터에 저장해둬도 좋습니다. 단 사진과 함께 기억을 잃지 않도록 여러 곳에 백업해두세요. 사진 속 아른거리는 그 때 그 기억은 후에 여러분에게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행복을 느끼게 해줄 테니까요. 저는 2년동안 찍은 4000여장의 사진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답니다.
다음으로, 글을 써서 남기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해도 좋고, SNS에 간단하게 몇 줄 올려도 좋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둬도 좋습니다. 사진과 비교해 글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은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적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해둔다면, 나중에 영감이 필요할 때 이 기록만큼 고마운 것이 없습니다. 사진처럼 글은 자신의 기억 속을 걸어 다닐 때 좋은 나침반이 되곤 하죠. 중학교 시절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구와 친하게 지냈으며 관심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저도 지금 제가 중학교 때 쓴 일기 몇 편을 보면 그 때 그 공기가 아직도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으로 남기는 기억입니다. 인기 가요, 인디 음악, 팝송, 클래식, 뉴에이지, 어떤 종류 건 상관없습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합법적으로 다운 받아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것이긴 합니다만, YouTube 링크를 저장해 놓기도 하고 CD에서 노래를 추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기록하고, 어느 시기에 좋아했는지 기억해두면, 언젠가 그 음악을 다시 들을 때 그 시절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답니다. 가끔씩은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주는 음악들이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펜시브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말들은 저를 되돌아보며 아쉬움에 하는 말들이니 그냥 흘려 들어도 상관없지만, 중학교 시절의 어떤 추억이라도 잘 보듬어서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 짓길 바랍니다. 중학교의 그 어떤 기억도 여러분의 일부분 이 될 테니까요. 어디선가 이런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역설적으로 찢어질 듯 가슴 아픈 기억의 조각이다. 이제 남은 시간, 조금 신경 써서 그 선물을 포장해보면 어떨까요? 결국 그 선물을 받게 될 사람은 여러분 자신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