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행 장치
2024-05-02의 에세이.
내가 미국으로 다시 강제로 돌아오도록 이행 장치를 설정해둘 수 있을까. 한국에서 전문연구요원을 마치고 나면 한국이라는 컴포트 존에 갇히게 되어 다시 미국으로 나오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내 한편으로는 현재에 내가 강하게 "미국으로 돌아와야만 해"라고 결론 짓는 것이 역사의 종말인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이행 장치를 남겨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면서, 그것을 굳이 내 미래를 신뢰하지 못하고, 미래의 내가 정말 한국이 낫다는 것을 결론 내렸을 때, 미래의 나보다 현재의 나를 지금 내가 믿고 싶은 모습이 그 자체로 역사의 종말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행 장치를 남겨놓아야 할까. 만약 남겨 놓는다고 했을때, 어떤 형태로 어떤 효과를 가지도록 남겨놓아야 할까.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봤지만 "잠깐 방미해서 이행 장치를 해체하는 미래의 나"를 이기고, 미래의 나를 미국에 정착시킬 묘안이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은행 계좌에 조건 부 투자금 등을 넣어놓는다고 해도, 내가 미래에 미국에 와서 그냥 돈 가지고 돌아가면 끝 아닌가.
결과적으로는 그냥 미래의 내가 내릴 결정을 믿는 것이 맞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결국 풍파를 겪어야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많이 배웠는데, 한국에 계속 있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남는 것이 더 낫다고 자기합리화를 해버릴지도 모른다. 즉, 미래의 내 결정을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무엇이 옳은지 헷갈린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본질적으로 결정이 불가능한 문제인 것이다. 고민해봐야 결국 미래의 나를 믿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미래의 내가 미래의 내가 유리할 방향으로 결론을 덮어씌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이행 장치를 고민하는 것은, 미래의 내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제발 눈을 뜨고 세상을 봐. 이렇게 경고를 하는 나의 그 모습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기우일지도.
역사적으로 선왕들은 어떻게 후대 왕들이 Override하지 못하게 정책을 잠궈놨을까?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 등은 어떻게 후대 왕들이 변칙해버릴 수 없었을까? 이 부분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