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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역사학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서 수학자 해리 셀던은, 전지전능한 은하 제국이 곧 30,000년 동안 지속될 암흑기에 돌입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셀던은 동시에 아주 정밀하게 설계한 인위적 자극이 역사의 궤적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셀던은 파운데이션이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인류의 지식과 문화를 총망라하여 계몽을 향한 새 시대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셀던 계획의 핵심 개념은 심리역사학인데, 전 인류의 심리를 과학과 수학을 이용해 모델링하면 인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 셀던 이전에도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심리역사학의 개념을 예측하기는 했지만 인류의 카오스적 행동 패턴 때문에 이를 온전하게 완성하지 못했다. 해리 셀던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바탕으로 이 무작위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를 완성했다. 그 전제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1. 연구할 인구가 크기. 심리역사학을 적용하기 위해선 연구 대상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집단이 크면 클수록 예측이 정확해진다고 본다.
  2. 정보의 제한. 심리역사학은 심리역사학을 알고 있는 대중을 예측하지 못한다. 자기 사회의 미래가 정확하게 예측되고 있다면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기 때문. 때문에 작중에서도 굉장히 극소수의 지식인들만 심리역사학의 존재를 알고 있고, 심리역사학은 이미 사장되어 실패한 학문처럼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마치 연금술처럼.
  3. 동질성. 심리역사학은 사람들이 대체로 비슷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비슷한 가치관, 비슷한 믿음, 그리고 비슷한 행동 요소를 포함한다. 차기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는 이 동질성을 벗어나는 이라는 독심술사가 나타나 셀던 계획을 파괴한다.
  4. 외세의 부재. 심리역사학은 오직 인류만이 역사의 흐름을 결정한다고 판단한다. 심리역사학은 천재지변이나 외계 생물체의 확률을 계산하지 않는다.
  5. 과학 발전의 속도. 심리역사학은 과학 발전이 역사의 흐름보다 빨라질 경우 특이점이 도래할 수 있어 역사의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 뿐만이 아니라 셀던은 심리역사학의 관측 행위가 관측 대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또한 알아냈다 (양자물리학의 코펜하겐 효과와 비슷하게). 이를 위해 셀던은 두 개의 분리된 파운데이션을 구축해서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는 작중 제2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심리역사학의 핵심 개념들이 경제학과 사회학에 영향을 준 사실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생각하는 것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2/dec/04/paul-krugman-asimov-economics).

심리역사학은 가상의 학문이지만, 나는 인류가 멸망의 초입부에 도달했으며 끝없는 암흑기를 앞두고 있다는 셀던의 예측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은 은근한 불쾌함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암흑기에서 우리의 파운데이션을 건설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은하에서 지성의 빛을 어떻게 보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