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스타트업 방픽이 '크롤링 (crawling·자동으로 웹사이트 정보 수집 및 가공)'을 못하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소했다.
거대 플랫폼과 스타트업 사이 크롤링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법원이 '데이터베이스 (DB) 권' 침해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부장 이영광)는 "방픽은 크롤링으로 얻은 데이터를 폐기하고, 직방에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3일 판결했다.
직방은 "부동산 중개인이나 임대인으로부터 매물정보를 수집해 DB 체계를 구축하고 상당한 인적·물적 투자를 해왔다"며 "방픽이 허락 없이 매물정보를 도용해 게재하는 것은 저작권법상 DB 제작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픽이 타인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해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부정경쟁 방지법상 책임도 물었다.
저작권법상 DB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제2조 제19호)'을 뜻한다. 재판부는 직방이 안심광고정책이나 헛걸음보상제, 삼진아웃제 등을 도입하는 등 DB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한 점도 고려했다.
취업정보 플랫폼 사람인과 잡코리아는 10년 동안 법정 다툼을 벌였다. 2017년 대법원은 "사람인이 무단으로 잡코리아 정보를 크롤링해 이익을 해쳤다"며 민사 소송에서 잡코리아에 승소 판결했다.
야놀자 정보는 회원가입 없이도 자유롭게 접근 가능했고 상당수 이미 알려진 정보였던 데다, DB 갱신 등에 대한 자료도 없었다는 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돼 1·2심에서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