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계열과 계열 변경 이야기
2016-10-22에 게재된 재학생일기이다.
올 여름에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21기 학생들 8명이 국내 대학 진학 반(이하 국내계열)에서 외국 대학 진학 반(이하 국제계열)로, 그리고 1명이 반대로 계열을 변경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민사고는 국제계열과 국내계열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둘의 특징과 변경 과정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매년 꽤 많은 학생들이 계열을 변경하기에 민사고 내에서는 그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바로 "국탈국"과 "역탈국"인데요, "국탈국"은 국제계열에서 국내계열로 변경하는 것을, 그리고 "역탈국"은 국내계열에서 국제계열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계열 변경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당연히 국탈국과 역탈국도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 대부분은 국제 계열과 국내 계열의 차이 때문인데, 그럼 그 차 이는 무엇일까요?
국제계열과 국내계열이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곳은 바로 수강 과목입니다. 대학교처럼 자유롭게 수강신청으로 자신이 공부할 과목을 선택하는 민사고인만큼 대부분의 수업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지만,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에는 차이가 생깁니다. 대표적인 과목이 수학과 영어입니다. 국내계열은 국내교육과정을 따라 1학년 때 수학 I, 수학 II를 공부하고, 2학년부터는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과목을 수강하게 됩니다. 반면, 국제계열 학생들은 국제 교육과정에 맞추어 1학년 때는 Precalculus를, 2학년 때부터는 각각 Calculus AB(주로 문과 학생), Calculus BC(주로 이과 학생)를 듣게 됩니다. 영어의 경우에도 국내와 국제가 다른 선생님과 수업방식으로 수업을 받게 되는데, 이와 같은 수강 과목에 있어서의 차이는 선생님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수업 내용과 수업 방법부터 수행평가와 정기고사의 범위와 방법도 달라, 계열이 바뀔 경우 학생들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국제반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국제계열을 선택했었기 때문에 국내계열 수업을 직접 들어보진 못했지만, 역탈국을 했던 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 과목에 비해 국제는 영어 수행평가가 좀 더 자주 있고 훨씬 많은 양의 글을 쓴다고 합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국내에 비해 국제 학생들은 훨씬 여유로운 편이기에 국내 앞에서 국제는 힘들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는 온전히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과 개인 역량에 따른 문제입니다. 국내, 국제 중 어느 계열이 더 쉽다거나 낫다고 획일화할 순 없죠.
또 다른 차이점은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하기도 한 대학 입시 제도입니다. 국내 대학 입시 제도와 국제의 제도는 유사성을 공유하긴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국내는 수시와 정시로, 국제에는 Early와 Regular 제도로 나뉘게 됩니다. 서류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필요한 실적 내용, 시험 점수를 반영하는 방식까지 모두 다른 만큼 뒤늦게 계열을 바꾸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준비 시간이 없으므로 많이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동아리의 의미 차이를 또 둘 수 있겠는데요, 우리나라 학생 생활기록부에는 2개의 동아리 활동만 기재되는 반면 국제 원서에는 교과 외 활동을 10개까지 기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제계열 학생들이 교과 외 활동에 더욱 큰 의미를 두곤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동아리 활동이지요. 국내 학생들은 평균 3~4개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반면 국제 학생들은 많으면 10개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학생들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르고 사실상 동아리 개수에 있어서 제한이 없기 때문에 국내라 하더라도 자신이 원한다면 많은 동아리에 가입, 활동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제의 경우에도 너무 많은 활동은 여러 모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나 계획, 역량을 잘 가늠해야 합니다.
국제계열이냐 국내계열이냐 하는 문제는 문, 이과 고민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또 입학해서까지 고민해나가며 자신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하나입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국제계열이 맞을지도 모르고, 어떤 학생들에게는 국내계열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국탈국과 역탈국도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지요.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선택과 고민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