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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의 시대

며칠 전 사람들이 자신의 독에 무슨 앱을 박아놓는지 공유하는 dockhunt.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신기한 콘셉트라고 생각하며 내 독을 공유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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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e 뿐만 아니라 Texts, Tana, Artifact까지 초대장이 있냐고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원래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내부 알파 단계, 일부 단체에게만 공유하는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 그리고 간단한 회원가입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오픈 베타가 있지 않았나. 여기에 초대장 시스템은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베타로 새로운 접근을 한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왜 요즘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은 다 초대장을 쓸까?

생존자 편향.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초대장이 없으면 기억을 못하고, 초대장을 가진 스타트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의 관심에 전혀 들지 못한다. 예를 들어, ChatGPT가 초대장이 필요했는가? 완전 아니다.

물론 초대장 시스템은 여러 사회적 엔지니어링 기법을 쓴다:

친구의 이미지. 우리가 친구를 앱으로 초대하면 친구는 그 앱을 써볼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친구가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아무렴 실사용 후기는 무엇도 못 따라간다. 여기에 더해 네트워크 효과도 있다. 내가 초대장을 남으면 누가 이 앱을 잘 쓸까 고민하면서 더 초대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초기 운영 문제 방지. 초기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로드 밸런싱 시스템도 차치하고 앱 내에 수많은 오류와 버그를 잡지 못한다. 첫인상은 항상 오래도록 남는다. 나의 경우에는 노션이 그랬다. 나는 노션을 2018년 초에 처음 써보았는데, 엄청나게 느리고 오류가 많았던 기억만 난다. 내가 다시 노션을 써보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초기에 첫인상을 남기지 않으면 Ops 팀에게도 엄청난 노력이 절감될 것이다.

핵심 관중을 모으고 기대 끌어올리기. 사람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좋아한다. 초대장이 있다면 회사가 닿지 못하는 영역까지를 제품의 경험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인터넷 상에 팬들로 구성된 그룹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초대장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 앱을 쓰는 다른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관심은 인터넷 상에서 더 메아리 칠 것이고, 결국 Fear of Missing Out(FOMO, 사회적 고립 공포감)을 조장하여 사람들을 더욱 끌어들인다. FOMO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깊게 다뤄보도록 하자.

값비싼 선물. 위 모든 것을 생각할 때 가끔 앱 초대장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된다. 실제로는 희소성과 전혀 상관 없는데 말이다. 가끔은 이 초대장이 가치가 결부된 특별한 형태로 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NFT가 유행이었을 때 Superlocal이라는 앱을 써보기 위해 Superlocal's Early Access Ticket을 구매했었다. OpenSea

클럽하우스. 가장 큰 자극제는 초대장을 바탕으로 로켓성장한 클럽하우스였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4조 원는 더더욱.

결국 초대장 시스템은 베타 테스팅을 조금 더 규격화된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원래는 그것이 위치 기반이었거나 (초기 페이스북, 요즘 당근) 그룹 스터디 (대부분의 게임) 이었을 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관찰은 이런 성공적인 초대장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은 대부분 소수정예 엘리트 팀이라는 점이다. 빅테크들은 왜 초대장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은 자원이 충분하다면 초대장보다는 동시 오픈이 더 효과가 좋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GitHub의 전 CEO Nat의 관점에 동의한다. 특히 ② 써보기 엄청 쉽다라는 항목. 아마 그는 온보딩 과정 전반을 칭하는 말이었겠지만 거기에는 플랫폼에 대한 접근 권한이 포함되고, 많은 앱들이 이 단계에서 초대장을 요구한다. 나는 기술적으로 숙련된 사용자가 앱을 써보기를 원한다면 초대장 없이 쓸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회사한테도 이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