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카카오가 혁신이란 걸 한 적이 있나요?
- 어떤 사람들은 카카오톡이 타이밍을 잘 잡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만 세상 일이 어디 운만 가지고 되나요? 타이밍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엠엔톡이라는 메신저가 국내 시장을 다 먹었을 겁니다.
- 카카오톡의 트래픽이 가장 고조되는 시간은 오후 11시 정각이었습니다. 밤 10시에 시작하는 메인 드라마가 끝난 직후 사람들이 하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카톡을 켜는 것이니까요. 드라마가 끝나면 트래픽이 동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힘들어했었죠. 초기 기여자들은 매일 밤 11시가 되면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앉아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습니다. 이런 날들은 잠깐 며칠이 아니라 1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회식을 하다가도 11시가 되면 자연스레 컴퓨터를 열고, 주말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카톡 서버는 매일 위기였지만 그들은 매일 방어해냈습니다. 엠엔톡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 카카오는 전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회사였습니다. 누군가 카카오에게 시비를 걸면 전 국민이 달려들어서 카톡은 건들지 말라고 함께 싸워 주던 시기가 있었죠. 요즘에는 카카오가 문어발 사업을 한다, 돈 벌더니 배가 불렀다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그때와 같은 자세로 사업에 임하고 있는가?
카카오톡 서버 개발의 추억
- 대용량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상한 일처럼 들릴겁니다. 카카오톡은 공지사항 같은 간단한 코드조차 쉽게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교과서의 첫 장에 나온대로 코딩하면 서버가 죽기 일쑤였습니다. 트래픽이 너무 많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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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너 서비스 개발자들은 이 빨간 뱃지를 무시하곤 했습니다. 에이 그깟 빨간 뱃지가 뭐라고. 우리 트래픽 다 받을 수 있어요. 걱정마세요. 걱정말기는. 빨간 뱃지를 붙여주기만 하면 사람들의 트래픽이 몰렸고 여지없이 서버들이 죽어나갔습니다. 아이고, 잘 준비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대용량 트래픽 경험은 이래서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 어느 날 카톡 개발 서버로 트래픽이 엄청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애니팡 개발자들이 프로덕션용 SDK가 아니라 개발용 SDK를 그대로 릴리즈해버린 것입니다. 와씨 무슨 이런 얼간이들이 다있어? 개발 서버 한 대밖에 없는데 이 서버로 애니팡의 트래픽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앱을 다시 올리라고! 선데이토즈와 긴급하게 연락을 해가면서 어찌어찌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미친 이벤트가 거의 매일 있었지만 웃으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장사가 이렇게 잘 되는데 즐겁지 않을리가? 2012년 가을에 애니팡 하트 메세지가 우리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생각해보면 그 때 장애 알림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 트래픽 폭탄을 맞아 서버가 멈추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되면 패닉이 옵니다. 머리는 하얘지고 손가락은 굳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겪어보기 전에는 쉽게 말하지만 한 번 패닉을 경험하면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서비스 장애가 나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서비스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서비스 안된다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 저는 감사하고 응원하며 사는 쪽이 되고 싶습니다. 제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