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태어나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학식을 극복하다

정주영은 국민학교 출신이지만, 농부가 되어 일생을 헌신해야 할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학식은 없지만 그 대신 남보다 더 열심히 생각하는 머리가 있고, 남보다 치밀한 계산 능력이 있으며, 남보다 적극적인 모험심과 용기와 신념이 있었다.

그는 특히 고정관념을 특히나 혐오하였다. 예를 들어 누군가 믹서 트럭은 완제품이라는 고정관념 아래 크레인을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기만 하자, 왜 믹서 트럭 콘크리트 출구 높이를 스타 비트 거푸집 높이로 개조해 번거로운 크레인이 없이 작업 시간도 단축되고 불필요한 인력 낭비도 없애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냐며 작업자를 거세게 질타했다. 믹서 트럭을 개조하자 하루 2백 개의 스타 비트 생산량이 350개로 뛰어올랐다. 정주영은 고정 관념의 노예가 되어 있으면 순간순간의 적응력이 우둔해질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교과서적인 사고방식이 곧 고정관념이며 그것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함정이라고. 방법은 찾으면 나오게 되어 있으며, 방법이 없다는 것은 방법을 찾으려는 생각을 충분히 안 했기 때문이라 믿었다. 대표적으로 남들은 5년 걸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현대조선'은 2년 3개월 만에 해낸 것도, '조선소를 지어놓고 난 뒤에 선박 건조'라는 상식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정주영 식대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장애는 돌파해야지 비켜가 버릇하다가는 정말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 부딪혔을 때도 비켜갈 궁리만 하게 된다. 다른 예시로, 처음 미군의 작업을 수주할 때 유엔군 묘지를 한겨울에 푸른색으로 단장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한겨울에 보리밭을 떠다가 푸른색으로 덮었고, 미군의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부터는 미 8군 공사는 전부 '현대' 것이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자

무슨 일이든 새로운 도전에는 '수업료'라는게 필요한 법이다. 시련 없기 순조롭기만 한 일이란 도전이 아니다.

정주영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며 기능공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국가의 이익과 연결된다는 시각으로 일을 추진했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입찰을 할 때, 다소 밑지더라도 우리 기능공들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터를 만드는 일이고, 기능공들이 버는 달러는 곧 우리나라가 벌어들이는 돈이며, 우리나라 자재를 내다 파는 것도 결국은 국가의 이익과 연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대'는 이 공사를 해내는 것만으로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돼 장차 해외 공사 수주에 큰 도움이 될 터이니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서 일감을 놓치는 것보다는, 싼 가격으로라도 반드시 낙찰을 받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생각했다.

고령교 건설의 시련. 공사를 따는 것에만 집착했지 다른 면에 대해서 치밀하게 계산하고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에 게을렀다. 결국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정주영은 신용이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공사는 끝내야 했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건설을 완료한 '현대건설'의 신용을 높이 평가받아 정부 공사를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태국 고속도로 건설의 시련. 정주영은 '현대건설'을 대표하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오직 '현대'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공사를 중단하면 우리나라의 다른 건설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의 기회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국 고속도로 건설에서 막대한 손실을 겪었지만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은 계약이며, 공사는 끝내야 한다고 정주영은 믿었다. 결국 큰 손실을 입었지만 이 공사를 통해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시공 실적으로 국내 건설 회사들 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고, 국제적인 건설 업체로 급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모험 없는 발전과 비약은 있을 수가 없다

정주영은 화재에 시달려도 좌절하지 않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더라도 반드시 되게 만들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일을 추진했다. 그리고 뜻이 있는 일은 되게 만들어야 하며, 중도 하차란 사전에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조선'을 위한 차관을 도입하기 위해 힘쓸 때도, 주머니 속 화폐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민족은 1500년대부터 철갑선을 만들었으며, 쇄국 정책으로 산업화 가 늦어져 국민의 능력과 아이디어가 녹슬었을 뿐 아직도 한민족의 잠재력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식으로 설득을 했다.

정치와 권위에 대한 환멸

정주영은 6.25 전쟁 당시 정치인들이 전쟁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큰 실망스러움을 느꼈다. 또한 '현대'를 키우는 중 무능한 정부 때문에 국가의 이익을 허비한 적이 많아 매우 아쉽다고 생각했다. 직위라는 것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 변란이 일어날 때마다 새 정권은 서민 위안용으로 혹은 정권 스스로의 약점을 은폐하기 위해 애꿎은 기업인들을 부정 축재와 탈세의 죄목을 씌워 잡아넣었다. 기업이 단죄 받고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정부가 만들어놓은 결과이며,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업의 성장을 원하면서도, 기업이 커지는 것을 싫어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사람이 많아 아쉽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효율이 제일이다

올림픽을 유치할 때는 적자가 나지 않게 철저하게 준비해서 후회 없이 해보자는 원칙으로 계획하고 시공하였으며,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국가의 시설물은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효율적인 시설이 되도록 설계되고 시공되어야 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불치하문

불치하문이라는 말이 있다. 나보다 어린 사람, 지위가 나보다 아래인 사람이라 해도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공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진지한 자세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배우겠다는 자세로 미국인 기술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시간이 돈이다

초기 아도서비스를 할 때도 정주영은 거꾸로 다른 데서 열흘 걸린다는 수리 기간을 사흘쯤으로 단축해서 높은 수리비를 청구하는 방법을 썼다. 자동차를 발로 쓰는 사람은 발이 빨리 고쳐지는 게 반갑지 수리비가 문제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또한, '적당히'라는 적당주의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귀중히 여기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시간과 속도로는 영원히 선진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으므로, 더 높은 속도로 나아가야 했다는 것이다.

기업관

정주영은 기업의 목적이 이익 추구뿐만이 아니라 국가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업은 성장과 이익 추구와 동시에 고객의 만족과 사회적 책임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란 국가 살림에 쓰이는 세금의 창출에 큰 몫으로 기여하면서, 보다 발전된 국가의 미래와 보다 풍요로운 국민 생활을 보람으로 알고 일하는 집합체이지 어느 개인의 부를 증식시키기 위해, 혹은 폼 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주영은 기업의 크기가 너무 커서 문제가 된다는 주장을 부정하면서,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국제 경쟁 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내수 제품을 내놓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고객의 만족과 사회적 책임을 충족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것.

한민족과 지적 자원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다.

정주영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민족 애국심에 대해 대한민국 근로자들이 세계 수준의 건설과 조선 분야에서 끌어올린 장본인들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 발전의 성과는 창의적이고 부지런한 근로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주영은 대한민국이 가진 인적 자원이 물질적 자원에 비해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부존자원은 유한하지만 인간의 창의와 노력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 발전이 자원이 고갈되면 발전이 멈추게 되는 반면, 인간의 노력을 통한 발전은 지속적으로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정주영은 대한민국이 미래에 아시아의 중심 국가가 되고, 세계의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통일이 되면 한민족은 6-7천만 명의 다부지고 지혜로운 인구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국민 각자가 자신의 일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가장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 살고 일하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내 나라를 위해서였다. 정부가, 사람이, 권력이, 마음에 들곤 안 들곤 조국은 언제나 우리들의 것이며 우리 후손들의 것이다. 조국은 날마다 발전, 번영하면서 영원해야 한다.

끊임없는 생각

정주영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슨 생각을 했다. 여러 생각을 품고 있다 육성하며 여러 생각을 멀티태스킹 했다. 예를 들자면 미군 공사를 하면서 정부 발주 공사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곧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 그런 식이다. 기업가들은 이런 식으로 큰일에 대한 열망이 에너지의 원천이다.

박정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는 약점을 가진 지도자이었지만 정주영은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발전에 대한 집념과 소신, 그리고 그 총명함과 철저한 실행력을 존경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한국 경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경제 근대화를 목표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경험도 기반도 취약한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일단 신뢰하기로 하고 기업인들이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정부가 외국 차관 도입의 지불 보증을 책임져주었다. 사심 없이 나라만을 생각하던 대통령을 도와 한 푼이라도 적은 예산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목표 외에 정주영에게 다른 생각은 없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가 적극 지원하겠다는데 그래, 그거 하나 못하겠다고 정 회장이 여기서 체념하고 포기해요? 처음에 하겠다고 할 때는 이 일이 쉽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운 거 알았을 거 아뇨? 그러면서도 나선 거면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 하든 해내야지, 그저 한 번 해보고는 안 되니까 못하겠다, 그러는 게 있을 수 있소? 할 말이 없었다.

운은 타이밍

정주영은 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대부분 타이밍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1970년대 초 모두의 반대에도 시의적절하게 건설했던 조선소 덕분에 1970년대 중반 중동에서 '현대건설'이 활약할 수 있었고, 그렇게 '현대건설'이 활약한 덕분에 오일 쇼크에 좌초될 뻔한 중공업에 자생력을 주었다.

'현대'의 목표

'현대'의 목표는 해외에서 벌어들여 우리나라의 부를 창조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훨씬 불리한 여건에서의 승부이다. 이 승부에서 이기려면 부자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는 순전히 노력만으로 훌륭히 성공시킨 산 예증을 갖고 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정치

정주영은 대한의 경제발전에 누구보다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했지만, 나라의 경제 기틀이 흔들리고 민족 번영의 길이 암담해짐을 모른 척할 수는 없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던 근로자의 의욕과 기업인의 열의, 국민의 희망을 한데 모아 정치를 개혁해서 선진 한국, 통일 한국을 완성해 보고 싶었던 것이 꿈이자 목표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나라의 좌절과 영락은 막아야 하고, 그래서 국민이 다 같이 행복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내겠다는 집념, 그뿐이었다.

오너주의

정주영은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사내 유보금 문제에 대해, 배당 대신 사내 유보가 낫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주주가 주인인 회사를 만들면 부자를 부자 만드는 꼴이 된다며, 강한 중앙집권적 기업을 만들어 사회 공헌을 해야 했다고 믿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농촌현대화와 식량 자급자족

산업 사회에서 농사는 생업으로 치부되어 젊은이들은 도시로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그나마 손바닥만 한 농사도 일손이 없어 그냥 버려진 땅이 많다. 그러나 식량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자급자족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주영의 신념이다.

'현대중공업'의 노조와 집단 이기주의

'현대중공업'의 노조가 전국 노조 활동에 선두 역할을 할 만큼 대우가 박했던 것도, 작업 환경이 나빴던 것도, 복지가 뒤떨어졌던 것도 아닌데 해마다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들도 참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극심한 노사 분규로 마치 내가 임금 착취로 '현대'를 이룬 악덕 기업가가 된 것 같은 황당함에 그들에게 말할 수 없는 배신감도 느꼈다. 그들의 요구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과 아무런 상관도 없었고 끝도 없었다. 나라 전체가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마치 독립운동하는 투사들처럼 밤도 낮도 없이 일했던 그 시절 사람들이 몹시도 그리웠다. 훨씬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훨씬 부족한 대우를 받으며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거의 몸으로 때우는 노동을 하면서도, 그때는 다 같이 국가 경제 발전에 한 역할을 하는 산업 역군이라는 사명감과 긍지가 있었다. 그들의 노고를 거름으로 이만큼 살 만해진 이 나라를 집단이기주의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다시 또 그 옛날의 가난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고 기업이 없으면 일터도 없다.

잠시의 시련은 있어도 완전한 실패란 없다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마지막까지의 최선. 무슨 일을 하든지 일하는 데에 꾀부리는 버릇이 없는 것이 정주영이었다. 그는 어려움과 시련이 있어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그것이 회사 발전과 국가 발전에 연결된다는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