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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비제도에 관한 보고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발췌

항목상세
분류프랑스외무부문서 정치공문 1888~1896 조선 1890 권3 콜랭 드 플랑시 씨
제목조선의 노비제도에 관한 보고
문서정치국 극동과 제132호
발신일1890년 3월 14일
수신자스퓰러, 등등

서울,

1890년 3월 14일

장관님,

유럽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노예무역에 주력하는 시기에 제가 보고드리는 조선의 노비(奴婢) 제도가 장관님의 관심을 끌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극동지역에서 자연에 위배되는 이 제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선 이곳에서 남자들은 특이한 노예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게으르며 주인에게 약간의 봉사를 제공할 뿐입니다. 그리고 거처에서 탈출해 도망가기가 매우 쉬운데 이는 주인들로 하여금 노비를 사서 데리고 있는데 사용한 자금을 잃게 하는 행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궁궐이나 대가집에 고용된 일부 남자 노비를 제외하고는 일반가정에서는 대부분 여자 노예들 밖에 없습니다.

조선 각지에 주기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때 대규모로 여자와 여자아이들의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들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남편이나 부모들은 약간의 쌀이나 엽전 몇 푼에 남에게 넘깁니다. 이런 경우에 통상적으로 여자아이들이 6-8 프랑에 거래되지만 종종 더 싸게 팔리곤 합니다. 노예 상인들은 이들을 싼 값에 인도 받아 한양이나 큰 고을로 데리고 가 큰 이익(200-300 프랑)을 남기고 되팝니다.

가장이 양도하는 경우 외에도 노름에 져서 빚을 갚을 방법이 없는 경우에 남자가 자신의 부인을 채무자에게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양도는 법에 따라 증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매도자가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합니다. 만일 글을 쓸 줄 모른다면 종이 위에 오른손을 대고 붓으로 손 모양을 따라 그립니다. 원본을 베낀 사본을 본 보고서에 첨부해 보내오니 장관님께서 검토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노비는 죽을 때 까지 살아야 하는 집에 일단 들어가면 심한 노역을 강요당합니다. 주인은 자기 마음대로 노비를 다루며 노비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때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법적으로 노비를 죽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법을 어긴다 해도 처벌은 유배형에 처해질 뿐이며 실제로 처벌을 적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로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 처벌을 피하고 만일 주인이 고위 관리나 양반이면 걱정을 끼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노비는 아무리 심한 대우를 받는다 해도 자신을 소유한 주인을 고소할 권리가 없으며 배상금을 지불하고 방면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노비가 탈출을 시도하게 되면 뒤좇아 오는 하인들에게 쉽게 붙들리거나 길가는 행인에게 납치될 것입니다. 혼자 다니는 여자는 처음 만난 남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관아에 도움이나 보호를 요청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비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도 없이 주인집에서 일생을 보내야 하는 운명인 것입니다.

제가 앞서 장관님께 말씀드렸다시피 사가(私家)에는 남자 노비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하인들 중 한 명을 선택해 자신이 소유하는 여자 노비와 짝을 지어 줍니다. 만일 하인이 이 일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다른 이유를 내세우면 하인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하인과 노비 사이에 태어난 남자 아이는 혼인적령기가 되면 자유를 줍니다. 여자 아이의 경우에는 엄마의 신분을 이어받아 주인집에 머물거나 주인이 마음대로 팔아 버립니다. 한편으로 이것이 주인의 중요 수입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처럼 흉측한 제도는 인간을 생식 능력을 가진 동물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노비의 임시 남편 역할을 수락하는 남자는 어떻게 보면 주인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되며 이 기간 중 주인은 자유의 일부를 양도받아 절대적인 권한을 휘두르게 됩니다. 예를 들면 남자가 그릇된 행동을 해서 매를 때리다가 살해할 의도가 없었는데도 죽게 되면, 이를 관아에 보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일 별 것 아닌 잘못으로 노비의 남편이 매를 맞아 부상으로 죽게 되면 주범을 추적하지만 사건을 국왕에게 보고한 후 국왕이 관아에서 사건을 처리하라고 명령을 내린 다음에야 가능합니다.

법으로 노비의 남편을 주인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허락함으로써 매우 비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 제 조선인 통역이 그 중 하나를 보고했습니다. 여자 노비와 결혼해서 16년째 살고 있으며 아이들도 여럿인 한 조선인이 주인에게 천주교도라는 것을 들켜 쫓겨났다고 합니다. 이 하인은 주인에게 자기 부인을 살 때 지불한 돈을 갚을 테니 부인을 데리고 가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 집에서 16년 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한 번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던 주인은 이 자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면서 거액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제 통역사가 거래를 주선하여 주인에게 노비를 산 값의 12배를 지불하고 인수했는데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불쌍한 하인은 계속 가족과 떨어져 살 뻔 했습니다.

이런 사건을 비롯하여 더욱 심각한 사건이 비일비재하지만 전혀 동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자는 일반적으로 열등한 인간입니다. 여자는 이름도 없습니다. 동물보다 조금 나은 노비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가장 지식인이라고 존경받는 사람들조차도 이러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소유하는 노비들의 조건이 처참하다고 하지만 조정이나 지방 관아에 소속된 여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들은 모든 사람들의 소유이며 이들에 대한 멸시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노비가 생기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기생들은 관리의 명령으로 지방 관아의 노비가 됩니다. 그러면 아문 관리들의 소유가 되며 허드레 일을 하게 됩니다.

역모자의 부인들의 경우입니다. 대역죄가 발각되면 가담자들은 모두 부모, 외조부, 장인 그리고 아들들과 함께 참수형에 처해집니다. 만일 아들이 아직 15살이 안되었으면 임시로 유배시켰다가 15살이 되면 처형합니다. 딸과 부인은 조정이나 지방 관아의 노비가 됩니다.

이러한 야만적인 관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 보고서에 의하면 한반도는 아직 야만적이어서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의 관습을 버리고 문명화의 길을 걷게 되리라고 예상하기 힘듭니다.

경구.

콜랭 드 플랑시

파리의 외무부 장관 스퓰러 각하께, 등등

별지

서울발 1890년 3월 14일 정치공문 제132호 첨부

매도계약서

광서 황제 재위 년 월 일

현재 돈이 필요하여 10살 먹은 제 딸 옥이(Oki)를 노비로 팝니다.

매매 가격은 25리가튀르(1피아스트르 65센트, 약 7프랑)로 제게 전액 지불되었습니다.

본 계약서는 이의가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증거로 작성합니다.

(서명) 비(婢)의 엄마, 조씨 부인(趙召史) 손 지장

(서명) 연이(Yon-Y) 증인

정단(Tcheung-tan) 증인

번역

번역자. 서기관 게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