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AI의 작업물은 뻔합니다. 티가 납니다. 요컨대, 입맛이 없습니다. 혹자는 이런 입맛이 금방 따라잡힐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로 최근 반년간의 AI 성능 발전이 그 근거입니다.
글쎄요. 저는 AI가 그렇게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면, 그리고 AI가 그걸 따라잡는 목표를 세울 정도로 입맛에 신경 쓸 것이라면,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돈 많은 그룹, 최소한 대기업들은 이미 맛깔난 제품들을 찍어낼 수 있는 입맛을 체득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입맛이 뛰어난 지도자들이 있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휴먼 슬롭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 입맛은 주관적입니다. 절대적인 점수가 없고, 더군다나 인류의 집단 의식에 따른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 채점하기 어렵습니다. AI가 밤새 오토리서치를 돌린다고 해도 그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도 없고, 검증할 방법도 없습니다.
- AI는 다수 의견을 따라갑니다. AI가 할 일을 정할 때도 다수 의견을 따릅니다. 그렇게 영합된 AI는, 본질적으로 ① 채점이 가능한 경우에는 점수가 극대화된 ② 채점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입맛을 가진 대중이 적당히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최적화를 진행합니다.
- 입맛은 점점 진화합니다. 위치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어떻게 리퀴드 글래스를 모방할 수는 있어도, 리퀴드 글래스를 만든 사람의 발상, 사고 과정, 여러 아이디어, 그리고 리퀴드 글래스의 현 상태까지 개선해오면서 느낀 아쉬움과 대안 모색 능력은 따라오지 못합니다. AI의 입맛은 언제나 패스트 팔로워입니다.
이는 놀랍게도 휴먼 슬롭 회사들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휴먼 슬롭 회사들은, 객관적으로 반박이 어려운 지표를 제외하면, 제품을 맛깔나게 만드는 것에 투자할 시간도, 여력도, 능력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렇게 윈도우, 세일즈포스, SAP 같은 제품들이 탄생합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들 회사의 피드백 체계에 최적화된 제품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2026년 6월의 생각이지, 갑자기 돌파구적인 AI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AI 발전 양상을 보아할 때, 맛깔난 제품을 알아서 척척 만들어주는 AI의 등장은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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