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어에 남은 정체불명 어휘 1,000개, 사라진 팔레오유럽 언어의 흔적
- 고대 그리스어 어휘 약 1,000개가 인도유럽조어(PIE)에도 주변 지역 언어에도 소급되지 않음. λαβύρινθος(미궁), ἐλαία(올리브), Ἀχιλλεύς, Ὀδυσσεύς, Ἀθῆναι, Κόρινθος 같은 핵심 단어가 여기 포함됨.
- 저자 대니 히버(언어학 박사)는 인도유럽어가 유럽을 덮기 전 팔레오유럽(Old European) 언어들이 있었고, 문자 기록이 남은 것은 아퀴타니아어, 에트루리아어, 이베리아어 정도이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은 바스크어 하나뿐이라고 설명함.
-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인은 하마를 '강의 말'(ἵππος ὁ ποτάμιος)로 불러 새 사물에 기존 어휘를 재활용했고, 이 방식이 훗날 합성어 ἱπποπόταμος로 이어짐.
- 그리스어 πόντος '바다'는 PIE *póntoh₁s '길'에서 왔지만 다른 인도유럽어파는 '길/다리' 의미를 유지했고(라틴어 pōns, 영어 pontiff의 어원) 그리스어만 '바다'로 의미를 확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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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붕괴 관련 글 읽고 있는데, 그때 그리스인은 문자 자체를 잊어버렸더라. Linear A, Linear B 쓰다가 붕괴 후 몇백 년 지나서 페니키아 알파벳을 빌려서야 다시 쓰기 시작했음. 오늘날 200~400년치 기술이 날아가는 사건이 벌어지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감.
문자는 궁정 서기 몇 명이나 쓰던 거라 붕괴해도 대다수 평민 삶은 별로 안 바뀌었을 거임. 로마 제국 붕괴 후 서유럽 일부 지역에서 삶의 질과 건강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증거도 있고, 인구 압박이 줄고 세금이 사라진 효과라더라.
제목이 완전 클릭베이트임. 요즘 인도유럽어학자 중에 단일 Pre-Greek 언어를 믿는 사람 없음. 그건 로버트 베이커스가 인지가 흐려지던 시절에 밀던 주장이고, 학계에선 'Pre-Greek!'이 그냥 농담 소재가 됐음.
본문도 결국 최신 학설을 언급하긴 하는데, 오해를 몇 문단 끌고 간 뒤에 나와서 대중과학 글로는 별로임. 비전문가인 나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음. 트라키아인 얘기가 더 나올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음. 저자는 비인도유럽계 그리스 이전 언어가 여러 개일 가능성, 그리고 그 지역에 인도유럽어 선행 언어가 있었을 가능성도 언급함. 축소된 개념으로 시작해서 복잡한 개념으로 넘어가는 구성이고, 나쁘지 않은 글이라고 봄.
PIE에 '바다' 단어가 없었다는 건 틀린 말임. 같은 어근이 marine, muir, morje 등에 남아 있음. 다만 원래 '큰 물'이라는 뜻이었고 바다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견해가 오래 있었음.
그 견해도 확실하진 않음. 산스크리트 cognate가 이 어근 집합에 제대로 속하는지부터 불분명하고, 유럽 인도유럽어에 들어온 기층 차용어일 가능성도 있음. '바다 단어가 없다'고 단정하는 건 도움이 안 되는 설명임. 의미론 논쟁으로 보임.
완전 무관하지만 내륙에 사는 Stoney어에도 '바다'를 뜻하는 mînîtâga가 있음. 교수님한테 왜 바다 단어가 있냐고 물었는데 그분도 몰랐음. 인간 언어가 어딘가에서 바다 단어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는 건지도.
여기서 재밌는 건 아무것도 안 파고도 고고학을 할 수 있다는 점임. 어휘에 남은 화석 기록만으로 사라진 언어를 추적하는 게 신기함.
가설일 뿐이지만 수메르어 속에 숨은 '잃어버린 언어' Proto-Euphratean도 있음. 관심 있으면 찾아볼 만함.
오늘날 인도유럽어들 사이의 많은 차이도 그 아래에 있던 기층 언어 때문임. 게르만조어와 라틴어가 갈린 데에는 각 지역의 비IE 언어가 한몫했는데, 정보가 워낙 없어서 학자들도 확실하진 않음. 잃어버린 언어가 현대 언어 속에도 많이 숨어 있는 셈임.
기사가 알바니아어를 빼먹은 게 아쉬움. 알바니아어는 인도유럽어의 독자 분파이고 팔레오발칸 세계에서 나온 거라, 고대 그리스어의 비그리스 기층 어휘를 원시 알바니아어와 체계적으로 비교했는지 궁금함.
플라톤이 크라틸로스 대화편에서 이런 단어를 많이 다뤘음. 어원학만 다룬 건 아니지만 주제가 재밌으면 읽어볼 만함.
mýrmēx/formica를 Pre-IE 차용어라고 한 건 오류 같음. 켈트조어 *morwos, 게르만조어 *mauraz, 산스크리트 vamra까지 다 *wr̥mis '벌레'의 금기적 왜곡으로 보임. 한때 Pre-IE라고 불렸던 단어가 평범한 PIE 기원으로 밝혀진 사례가 많음.
wine도 마찬가지임. 그리스어 ὑιήν '포도주'가 PIE ablaut를 따르고, 라틴어 vitis, 러시아어 vit'sa에도 같은 어근이 있음. 외래어를 그냥 차용하면 보통 이런 일이 안 일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