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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민족

선진국엔 왜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가 없을까?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중국형 중앙집권 통제 속에서 살아왔기에, 권력에 의한 통제가 매우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죠. 지금 G7이라는 선진국을 봐도 우리나라만큼 강력한 중앙정부 집원 국가는 없죠. 설령 연방제가 아닌 일본조차도 국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정치적 수장인 총리보다 도도부현 지사들의 권한입니다. (코로나 긴급사태발령도 선언권한은 총리에게 있으나 각 지사들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발동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 우리나라와 같은 강한 중앙정부형 국가에서는 공통 가치 기준이 매우 중요시 여겨집니다. 다양성보다 우월성이 중시되는 것이죠. 민족주의가 정치적 화두에 오르지 못하는 건 다른 나라들처럼 민족주의가 패러다임이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 소양이기 때문이죠. 정부 주도의 전국민적 동일 역사관 구축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건 그것이 공통 가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법제화에 나서지만,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상상도 못할 노릇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사회, 타 선진국들은 시민 사회 구조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결과론일 뿐이죠.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 사회가 반드시 악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국가가 제시하는 통제 기준만 잘 따른다면 국민은 그 안에서 생존권을 손쉽게 보장 받지만, 시민 사회에서는 국가가 통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이 알아서 본인의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미국 같은 나라는 자유를 위시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식 사회, 영국은 최소한의 기본권을 제도화한 후 통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사회, 독일은 통제 기준의 틀을 가지고 지역별로 어레인지하여 서로 닫려있는 사회, 일본은 시민권을 해치지 않는 아슬아슬한 선에서 통제 기준을 정교화하여 이를 바꾸는 것에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 사회...각 사회 구조의 장단점을 나열해 보면, 무엇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사회 형태죠.

우리는 규범을 선으로 삼고 그 반대를 악으로 삼아 특유의 도덕관을 기준으로 하여 공리적인 사회 운영을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결과 전쟁의 구렁텅이에서 기어올라와 지금의 위상을 얻게 되었으나, 소수의 희생이 쌓이고 쌓여 약자가 다수가 된 이 시점에서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연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회 구조의 옳고 그름에는 답이 없지만, 우리를 포함한 각 나라들이 수많은 오답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