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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만큼 중요한 것은 자존급이다

월급이 좀 적더라도... 프린터를 만드는 일보다는 우주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난 다른 취미하는 것보다 일 잘될 때가 기분이 좋아. 그래서 의미 있는 일 찾는게 중요한 것 같아.

또래 사이에 월급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자랑스럽고 흥미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것이 워라밸 다음의 사회적 기조라고 본다. 현대인에게 부족한 것은 월급이 아니라 자존감이다.

워라밸은 근본적으로 워크라이프의 안티테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그 둘의 양을 밸런스 맞추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2020년에 잠깐 등장한 워크-라이프 하모니(일과 삶의 조화. Work-Life Balance Is Over: Let's Talk About Work-Life Harmony)가 조금 더 발전된 접근을 보여주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워라하도 일과 삶을 분리된 개체로 해석하며 그 둘을 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내가 열정이 넘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일과 삶이 조화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Ultimately, it's about aligning your passion with your profession.

한국어에서 적합한 번역은 덕업일치일 것이다.

자존급

자존급. 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자존감. 자존급은 덕업일치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 자신의 (좋아하는 열정의 분야)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상적인 경우는 자존감을 덕업일치를 통해 자급자족하는 경우이지만 사회에 그렇게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리 많을까. 그에 반해 자존급은, 단순한 경제적 자유를 넘어 물질주의의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Z세대라고 불리는 이제 갓 사회초년생이 된 중고학력자 사이에서 많이 만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사회 기반층 혹은 중년층들과 갈등을 종종 겪는데, 대개 다음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이 편하고 돈도 많이 주는 일자리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돈이 부족할 경우 월급만큼 일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취업난이라고 한다.

아마도 행복의 척도에 새로운 기준이 생긴 탓이다. 단순히 돈, 명예, 난이도, 워크-라이프-밸런스 등이 아니라, 이들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것이다.

너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주입하며 박봉에 봉사를 강요하는 그런 문화를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위해 그동안 고통을 감내하고 정신없이 달려서 이 땅에 도달하였는가. 그런 삶의 의미를 찾는 때늦은 집단 사춘기를 맞이한 것이다.

적절한 자존급이 없으면

일과 삶에서 그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자존감이 부족할수록 물질적인 부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타인에게서 자존감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문제는, 얻는 자존감은 상대방이 느끼는 박탈감보다 약하다. 게다가 고통에는 순응이 아니라 감작이 나타난다. 즉 사회 전반의 자존감이 일정하다고 할 때 그 자존급은 거래를 거듭할수록 전반적인 양이 줄게 될 것이다. 결국 모두가 서로를 비교할수록, 설령 일시적으로 내가 자존감을 얻게된다고 하더라도, 거래를 거듭할수록 사회는 자존급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런 사회는 불행해진다.

그래서

결론을 어떻게 낼 진 모르겠다. 그냥 요즘 Z세대들은 직업에 있어 단순히 돈과 워라밸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고 있구나—라는 새로운 발견을 기록하고 싶었다.

누가 보면 아주 배가 불렀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젊은 층의 이런 고민이야말로 사회가 선진화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언제까지 직업이 밥벌이 그 자체인 사회에 남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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